일본-골프장 줄줄이 도산, 한국-과잉 공급-부안골프장, 변산의 알짜배기 땅만 빼앗길 수도

 

▲최병수 작 ‘골프공화국’ⓒ부안21

김호수 군수와 지방행정공제회 이형규 이사장은 지난 4일 부안예술회관에서 ‘새만금골프장 조성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다. 군의원들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위한다며 이에 찬성한 바 있다.

새만금골프장은 부안영상테마파크가 위치한 변산면 격포.마포리.도청리 일대 124ha에 건설되는데, 18홀 규모라 한다. 용지 대부분이 국ㆍ군유지(79%)로 부지매입 부담이 적고 주민도 골프장 건설에 찬성의사를 보였다고 한다. 부자들이 와서 골프친다고 고용창출이 얼마나 될 것이며 지역경제에 얼마나 보탬이 될까.

작년 7월 30일 정부는 권오규 당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농지에 골프장 건설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2단계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이른바 ‘저렴한 골프장시범사업’이다.

여기에 농민이 소유하고 있는 유휴농지를 현물 출자하여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건설한 뒤 운영수익을 주주인 농민에게 배당한다는 것이다. 현재 농지법에서는 농토를 전용할 경우 공시지가의 30%가 농지보전 부담금으로 부과된다.

그러나 농민이 소유 농지를 자발적으로 현물 출자해 주식회사를 결성, 건설회사나 골프장 사업자 등과 함께 골프장을 건설할 경우 현재 농지보전 부담금이나 회사의 법인세, 취득·등록세를 감면해주며 또한 이들 골프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도로 1개에 대해 사업비의 50%를 국고에서 추가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이 발표되자 시민사회·환경 단체에서는 “농산물 개방으로 황폐해져가는 전국의 농촌이 골프장으로 돼갈 것”이라며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그러나 정부는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는 골프 인구로 인해 늘어나는 관광수지 적자를 해소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이 사업을 밀어부쳤다. 2004년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도 같은 논리로 골프장 공화국론을 과감히 펼친 바 있다. 허가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 골프장 건립 신청을 4개월 안에 일괄심사를 거쳐 허용해주기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헌재 전 부총리의 골프 부양론은 전 국토를 대상으로 하는 노골적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이었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골퍼들의 숫자는 줄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는 틈만 나면 우리나라의 골프장 숫자가 일본의 10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며, 골프장 건설의 불가피성을 주장해왔다. 골프인구의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단골 메뉴처럼 명분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해외 골프인구들의 절반이 12∼2월 동절기에 집중되어 있어 국내 골프장 건설 증가가 도리어 동계기간에 해외 골프인구를 더 증가시켜 골프 국제수지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도 근거 있게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의 골프 진흥정책에 힘입어 80년대 말 우후죽순으로 지어진 골프장들이 줄줄이 도산, 1996년부터 2004년까지 도산한 골프장만 4백여 곳에 달한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국토면적 대비로 따지면 한국의 골프장 면적은 일본의 5배가 넘는다는 사실도 외면한다. 현재 전국토의 0.3%가 골프장이다. 작년 말까지 한국의 골프장 수는 총 267개이며 건설 중인 백여개의 골프장을 포함하면 2∼3년 내에 400개에 이를 전망이다.

이처럼 골프장이 급속히 늘고 있는 가운데 이용객은 그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어 이용료(그린피) 하락과 함께 경영악화를 초래하여 경쟁력을 상실한 골프장은 결국 도산할 것이라는 예측이 이미 2005년부터 나오고 있다.

향후 4∼5년 후 100개 이상의 국내 골프장이 도산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에 대한 처리도 관심사로 등장했다. 골프장 도산은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이어지고 국민경제 전반에 적잖은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면 외국투자업체는 저렴한 가격에 골프장을 인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 경쟁력을 확보한 이들 외국기업은 그린피를 대폭 낮춰, 결과적으로 업계 전체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일본의 경우 80년대 이후 2460개 골프장 가운데 500개가 도산하면서 국제 투기자본이 건설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대거 사들이고, 이 여파로 인근 업체들까지 줄도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있다.

새정부 들어서서도 ‘골프장 공화국’론은 더욱 강화 되어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2008년 경제운용 실천계획’에 따르면 골프장 설립 가능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환경·입지 관련 규제의 대폭적인 간소화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한 ‘저렴한 골프장’을 확대하고 각종 규제 완화와 부담금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골프장 추진은 농업을 망치고 변산의 알짜배기 땅을 빼앗기는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허정균
*이 글은 부안독립신문에도 기고했습니다.
(글쓴날 : 2008·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