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해 쌓은 제방 주민생존 위협-네덜란드, 제방 안으로 바닷물 끌어들이며 생태계 복원에 진력

▲ 독일과 국경을 이루는 엠강 하구. 게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간척의 나라, 제방의 나라, 풍차의 나라로 알려진 네덜란드는 현재 자연의 역습을 받으며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으며, 더 이상의 간척을 포기하고 제방 안으로 바닷물을 끌어들여 생태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지 기획취재팀이 지난 9월 초에 네덜란드의 주요 간척지와 생태계 복원 현장을 취재하였다.<편집자> 

유럽의 북서쪽 북해에 접하고 있는 네덜란드는 총 면적이 약 41,160㎢로 한반도의 1/5 정도이며 전 국토의 27%가 해수면보다 낮다. 해수면보다 6m이상이 낮은 곳도 많다. 절반 이상이 해발 5m가 되지 않으며 구릉 지대에 속해 있는 남동부지역조차도 가장 높은 지점이 321m밖에 되지 않는다. 연평균 강수량은 700mm 정도로 월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으나 여름과 가을에 비가 많은 편이며 일시에 30mm 이상이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연중 내내 강한 북서풍이 불어오며 겨울에도 평균 2℃ 정도로 따뜻한 서안해양성기후이다.

기원전부터 해일 도피용 언덕

인구 1,600만명 가량이 사는 네덜란드의 역사는 물을 밀어낸 역사이다. 기원전 6세기경부터 이들은 인공의 언덕을 쌓아 북해의 거센 풍랑과 해일을 피했다. 네덜란드 북부 저지대인 그로닝겐이나 프리슬란트 지방에 ‘테르펜’이라 불리는 이러한 도피용 인공 언덕 유적이 1,200개 이상이 발견되고 있다. 인공 언덕은 기원전 1~2세기 경부터 고리 모양의 제방으로 발전하였으며 13세기부터 배수용 관개수로가 나타났고 14세기에 풍차가 등장해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1421년 11월 18일과 19일 사이 대규모 홍수로 10개의 도시가 물에 잠겼다. 이후 네덜란드 사람들은 해안에 방조제를 쌓기 시작해 간척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여왔으며 간척사업으로 생긴 땅을 ‘폴더’라고 불렀다.

17세기 중엽에 조이데르해를 막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조이데르해는 북해에 대해 남쪽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남해’라는 뜻이다. 이 바다는 본래 플레보호라는 담수호였는데 1300년에 큰 해일이 일어 북쪽의 제방 구실을 하던 땅 일부가 휩쓸려 나가면서 커다란 만이 되었다.

200여년간 조이데르해를 막는 것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다 토목기사 출신의 정치가 코르넬리스 렐리(1854~1929)에 의해 강력히 추진되기 시작했다. 그는 ‘조이데르해 소사이어티’라는 단체를 출범시키고 “1891년까지 프리슬란트와 북홀란드를 연결시키는 방조제를 막아 안의 물을 퍼내 간척지와 담수호를 조성하자”는 이른바 ‘렐리 계획’을 주장했다.

1916년 북홀란드를 강타한 해일이 일자 렐리 계획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되었고 마침내 ‘조이데르해 봉쇄법’이 1918년에 통과되어 착공에 들어가 1932년도에 북홀란드와 프리슬란트를 잇는 32km의 방조제가 완성됐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이처럼 제방을 쌓는 데 나라의 사활을 걸고 매달린 주된 이유는 해일을 막고자 함이었다. 해마다 봄이 되면 그들이 ‘바다 늑대’라 부르는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폭풍이 찾아오는데 이 때 큰 파도가 일어 저지대가 침수되곤 하였다. 20세기에 들어서만 해도 모두 21 차례의 강한 폭풍이 일었는데 이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불러온 것은 1953년 2월 1일에 라인강 하구지역 남홀란드 지방을 강타한 폭풍이었다.

풍속은 시속 144km를 기록했으며 수위는 385cm까지 올라갔다. 이는 암스테르담 표준 수위보다 305cm를 웃도는 것이었다. 67곳에서 제방이 끊어졌으며 400여 곳에서 제방에 구멍이 생겼다. 이로 인해 1,835명이 사망했으며 2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고 3만 5,000 마리의 소와 16만 5,000 마리의 닭이 익사했다. 4만 7,000동의 가옥과 공공건물이 철저히 파괴되었다. 이후 라인강 하구를 틀어막는 ‘델타프로젝트’가 수립되었다.

라인강 숨통 막은 델타프로젝트

라인강은 스위스의 알프스 산지에서 발원하여 리히텐슈타인·오스트리아·독일·프랑스 등을 거쳐 네덜란드에서 북해로 흘러드는 중부 유럽 최대의 강으로 유럽에서 공업이 가장 발달한 지역을 관류하고 있다.

델타프로젝트란 댐, 제방 등의 축조로 라인강 하구의 삼각주 지역을 인공구조물로 구조변경시켜 놓은 사업이다. 라인강 하구는 본래 하루 두 번 2m 가량의 조차에 의해 조수가 100km 가량 치고 올라가 담수와 해수가 섞이는 기수역이 가지고 있는 갯벌과 사주(砂州)가 펼쳐지며 연어가 오르내리던 천혜의 어장이었다.

이러한 곳에 1958년부터 1997년까지 모두 14개의 크고 작은 댐이 들어서며 담수화가 진행되었으며 조수의 영향을 받는 면적은 3,750ha에서 120ha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네덜란드의 역사는 생존을 위협하는 해일에 대항해 ‘제방을 쌓고 물을 퍼내는 역사’였다. 물을 퍼내는 장치도 처음에는 풍차였지만 증기기관으로 바뀌었으며 지금은 대부분 전기모터로 작동된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신은 이 세상을 만들었지만 네덜란드를 만들지는 않았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은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 있을까. 바다의 물길을 끊어버리면 안전할 것 같았지만 곧바로 바다의 반격은 시작되었다.

▲글로닝겐주 방조 밖

생물은 집단 폐사했고 수질은 크게 악화되기 시작했다. 담수호의 수위가 바다보다 낮기 때문에 수문을 열어 물을 바다로 방출할 수 없어 걸핏하면 간척지는 침수되기 일쑤였다.

조이데르해를 막은 지 36년 만인 1968년에 플레보랜드 등 간척지 16만 5,000ha의 조성을 완료하였다. 새만금의 4배 규모이다.

▲조이데르해를 다시 담수호 아이젤호로 되돌린 쥬다찌 방조제. 이로 인해 165,000ha의 땅이 생겨났으나 호수의 수면이 해수면보다 낮아 수문을 열어 물을 빼낼 수 없어 침수 위협은 여전하다. 하루 1만 5천대 가량의 차량이 통행하고 있으며 중간에서 차를 되돌릴 수 있는 시설이 없다

▲쥬다찌 방조제 외측에 퇴적된 토사. 숯보다도 검게 썩어있다

이어 1980년까지 마르케르만의 물을 완전히 빼내어 간척지 6만ha를 더 조성하여 스피콜 공항의 확장에 사용하려 했으나 이 계획은 수정되었다. “농경지나 산업단지를 조성하여 사용하는 것보다 그냥 습지로 두고 자연생태 관광지로 활용하는 것이 생산성에서 1.6배나 앞선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더 이상의 간척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해수면 상승 생존 위협

네덜란드 정부는 제방을 그대로 둔 채 바닷물을 제방 안으로 끌어들이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인위적으로 조성된 기수역이 있는 엠강 하구 부근의 혼트할스테르만 간척지에 가보았다. 이곳에서는 기존의 강에 끌어들이는 통로를 만들고 하루에 두 번 바닷물이 드나드는 일이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네덜란드 유일의 기수역이다.
물고기들이 되살아나며 많은 새들이 다시 이곳을 찾게 되었다. 이곳에는 철새 조망대와 전시관 등의 시설을 두고 생태 학습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물을 품어내 외해로 내보내는 통로와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통로

▲네덜란드 유일의 기수역. 많은 새들이 있다

2005년 5월 네덜란드 정부는 델타프로젝트에 의해 막은 라인강 하구를 열기로 결정하였다.
네덜란드 정부와 국회가 수년간의 논의 끝에 마침내 ‘하링플리트 제방 재개방 프로젝트’에 합의한 것이다. 제방에 의해 막힌 라인강 하구는 사실상 스위스, 독일 등 상류의 국가들에서 떠내려 온 오염물질의 ‘마지막 침전지’ 역할을 하고 있다. 매년 쌓여가고 있는 퇴적물은 준설하여 강 가운데에 만들어 놓은 저장소에 가두어 놓고 있다.

이 같은 오염된 토사의 지속적인 퇴적이 하굿둑을 만들어서 생긴 가장 큰 문제이며 마침내 여러 댐 가운데 라인강 본류에 있는 하링플리트댐의 갑문을 2005년도부터 열어 바닷물을 끌어들이기로 한 것이다.

▲라인강 본류를 막은 하링플리트 댐. 2005년부터 생태계의 변화를 보아가며 밀물 때에도 수문을 조금씩 개방하고 있다. 취재팀이 물을 떠서 맛을 보고 있다.

현재 네덜란드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기상이변으로 인한 홍수이다. 2004년 2월 미 국방부의 비밀보고서가 세상에 알려졌다. 이 보고서는 “앞으로 20년 안에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지구적 재난이 일어날 것이며, 네덜란드 헤이그 등 유럽의 해안 주요도시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기고 영국의 기후는 2020년이 되면 시베리아성 기후가 될 것”이라는 등의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생존을 위해 땅을 넓히고 해일을 막기 위해 쌓아온 제방이 이제 생존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허정균 
이 기사는 ‘뉴스서천’에서 제공받았습니다. 
(글쓴날 : 2007·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