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등긁기나무

 

호랑가시나무
천연기념물 제122호

진초록의 6각형 잎, 붉은 열매가 아주 매혹적인 호랑가시나무는 변산을 대표하는 식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감탕나무과에 속하는 이 나무는 따뜻한 지방에서만 자라는 남부의 대표적 수종으로 그 북방한계가 바로 변산반도이다. 그래서 도청리 모항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호랑가시나무는 1962년에 천연기념물 제122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이 나무는 키가 2∼3m까지 자라며 겉 가지가 많다. 잎의 길이는 3∼5cm정도이며 타원형 육각형으로 매끈하니 광택이 난다. 각점에는 가시가 나있는데 이는 잎 끝이 자연스럽게 둘둘 말려져 있어 그렇게 느껴질 뿐이다. 어쨌든 이 날카롭고 강한 잎의 색채와 가시가 무섭게 생겨 ‘호랑범 발톱’이라고도 하며, 호랑이가 이 나뭇잎으로 등을 긁는다하여 ‘호랑이등긁기 나무’라고도 한다.

꽃은 4~5월에 희고 작게 피고 향기가 있다. 그리고 직경 5∼6mm 정도 크기의 푸른 열매를 맺어 9~10월에 붉게 익는데 은행나무처럼 자웅이주(암수가 따로 있는 나무)의 나무이기 때문에 암그루와 수그루가 만나기 전에는 열매를 못 맺는다.

서양에서는 호랑가시나무를 ‘holly’라고 하는데 어디서 기인 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독일에서는 예수의 면류관을 짜는데 이 나무를 썼다고 하니 holy와 holly라는 단어가 무관하지는 않은 듯하다. 각 나라에서 이 나무의 쓰임을 달리 하기는 하나 그 생김새 때문인지는 몰라도 약간 주술적인 느낌이 있다. 유럽에서는 호랑가시나무의 가시를 악마가 무서워한다고 하여 마구간이나 집 주변에 걸어두면 병마가 물러간다고 여겼으며, 영국에서는 이 나무로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다니면 사나운 맹수나 미친개를 멀리할 수 있고, 위험한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호랑가시나무로 만든 지팡이가 값비싸게 매매되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입춘 전날 정어리의 머리에 이 나무를 끼워 문에 달아 마귀를 제거하는 풍습이 있고, 해가 바뀔 때마다 유행병이 심할 때도 그렇게 했다고 한다. 중국에는 음력 새해 축제 때 사원과 공회당 장식에 이용하는 풍습이 있다.

*약재에 대하여

호랑가시나무는 묘아자(猫兒刺)나무, 구골목(狗骨木)라는 딴이름이 있다. 구골목이라는 이름은 나무줄기가 개뼈를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 나무의 잎과 줄기와 열매는 갖가지 뼈질환에 좋은 약으로, 골절, 골다공증, 류머티스 관절염, 요통 등에 신기한 효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붉은 열매에는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하며 양기를 늘려 주는 성분이 들어 있어 한방에서도 자양강장제 또는 해열제로 쓴다고 한다. 또한 호랑가시나무에는 카페인, 사포닌, 탄닌, 쓴맛 물질 등이 들어 있다. 성질은 평하며 맛이 달고 간, 신장, 폐에 작용한다고 한다.


/허철희
(글쓴날 : 2004년 12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