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면 지서리 운산마을를 지나 남여치로부터 시작되는 잡목 숲길을 따라 가파른 산등성을 쉬엄쉬엄 오르다보면 발아래 펼쳐지는 칠산바다의 고기잡이배를 눈 시리게 바라보며 참으로 아름다운 고장에 살고 있는 자부심을 갖는다.
길섶에 위치한 약수터에서 한 바가지 물로 목을 축인 후 남은 거리를 아끼며 도착한 곳이 유서 깊은 월명암이다.
일행은 월명암에 소원 성취를 합장한 후 바로 뒤편 노송 길을 따라 20여분 다시 오르니 일망무제(一望無際) 서해 바다가 한눈에 와락 다다른 곳 이른바 변산 제일경인 낙조대….
누대에서 바라보는 서해 바다 끝 어느 곳에 태양이 밤을 지새운다는 전설상의 엄자산(崦嵫山)을 보려고 석난간(石欄間) 누대(樓臺)에 자리를 하여본다.
재준 임금의 아들인 태양은 어젯밤 동쪽 바다 어느 끝 탕곡(湯谷)이라는 곳의 거대한 부상(扶桑)나무 밑에 깃들어 쉬었다가 새로운 날을 맞아 숨차게 숨차게 내 달려와 이곳 낙조대에서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고 못내 아쉬운 몸짓으로 찬연한 진홍색 물든 바다 물 속에 장엄한 자태를 숨겨 버리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변산소송의 가슴에 우수가 서린다.
낙조대( 落照臺)
만리창공(萬里蒼空)일망무제(一望無際)
천고유명(千古有名) 낙조대(落照臺)는
쌍선봉(雙仙峰) 지난 구름
숨차게 내 달리고
사선(四仙) 폭포 비류수(飛流水)가
백곡(百谷)으로 내 뺀 후에
몇 천만리 우주강산(宇宙江山)
한바퀴 붉은 해가
만경창파(萬頃滄波) 불태우며
진홍(眞紅)으로 물들일 때
일장춘몽(一場春夢) 우리 인생
무정 세월(無情歲月) 못 붙들고
장엄한 좋은 노을
일시(一時)에 사라지니
변산 소송(邊山小松)이 우수에 젖는
서해 낙조(落照)가 여기라네
낙조대에서
邊山小松 金 吉 重
•부상목(扶桑木) = 해가 밤을 새우는 나무
•탕곡 (湯谷)=동해바다 어느곳에 존재한다는 부상나무가 있는 계곡
/김길중
(기사작성 200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