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껌도 양과자도 쌀밥도 모르고 살아가는 마을 아이들은 날만 새면 띠뿌리와 칡뿌리를 직씬 직씬 깨물어서 이빨이 사뭇 누렇고 몸에 젖은 띠뿌리랑 칙뿌리 냄새를 물씬 풍기면서 쏘 다니는 것이 퍽은 귀엽고도 안쓰러워 죽겠읍데다.
2
머우 상치 쑥갓이 소담하게 놓인 식탁에는 파란 너물죽을 놓고 둘러앉아서 별보다도 드물게 오다 가다 섞인 하얀 쌀알을 건지면서 <언제나 난리가 끝나느냐?>고 자꾸만 묻습데다.
3
껍질을 베낄 소나무도 없는 매마른 고장이 되어서 마을에서는 할머니와 손주딸들이 들로 나와서 쑥을 뜯고 자운영순이며 독새기며 까지봉통이 너물을 마구 뜯으면서 보리 고개를 어떻게 넘겨야겠느냐고 산수유꽃 같이 노란 얼굴들을 서로 바래보고 서서 겊어합데다.
4
술회사 앞에는 마을 아낙네들이 수대며 자배기를 들고 나와서 쇠자라기와 술찌겅이를 얻어가야 하기에 부세부세한 얼굴들을 서로 쳐다보면서 차표 사듯 늘어서서 꼭 잠겨 있는 술회사문이 열리기를 천당같이 기두리고 있읍데다.
5
장에 가면 흔전만전한 생선이 듬뿍 쌓여 있고 쌀가게에는 옥같이 하얀 쌀이 모대기 모대기 있는데도 어찌 어머니와 할머니들은 쌀겨와 쑤시겨전을 찌웃찌웃 굽어보며 개미같이 옹개옹개 모여 서야 하는 것입니까?
쌀겨에는 쑥을 넣는 게 제일 좋다고 수근수근 주고 받는 이야기가 목놓고 우는 소리보다 더 가엾게 들리드구만요.
/신석정
요즈음 신세대들한테 자운영은 좀 낯선 이름일 것이다. 죽을둥 살둥 그 힘겨운 보리고개를 넘던 시절, 온 논에 자운영이 곱게 피는 봄이면, 보리모강지는 아직 뜨물도 차지 않았는데 양식은 떨어지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쑥이며, 자운영순 뜯어다 나물 해 먹고, 독새기 훑어다 푸때죽 쒀 먹으며 연명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 흔하던 자운영이 어째서 자취를 감춘 것일까? 콩과에 속하는 월년생 초본인 자운영은 훌륭한 녹비작물로, 벼 베기 10∼20일전 물기가 약간 있을 때 뿌려두면 그 이듬해 봄에 꽃을 피운다. 그러기에 요즈음처럼 비료나 농약을 많이 치지않고 농사지을 때에는 논에서 잘 자라는 자운영을 녹비작물로 재배했던 것이다.
자운영(紫雲英)
(Astragalus sinicus L.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두해살이풀)
•분류 : 콩과
•원산지 : 중국
•자생지 : 논·밭·풀밭
•크기 : 높이 10∼25cm
연화초(蓮花草)·홍화채(紅花菜)·쇄미제(碎米濟)·야화생이라고도 한다. 중국 원산으로 논·밭·풀밭 등에서 자란다. 밑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져 옆으로 자라다가 곧게 서서 높이 10∼25cm가 된다. 줄기는 사각형이다. 잎은 1회깃꼴겹잎이고 작은잎은 9∼11개이며 달걀을 거꾸로 세운 듯한 모양 또는 타원형이고 끝이 둥글거나 파진다. 잎자루는 길며 턱잎은 달걀 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다. 꽃은 4∼5월에 피고 길이 10∼20cm의 꽃줄기 끝에 7∼10개가 산형(傘形)으로 달리며 홍색빛을 띤 자주색이다. 꽃받침은 흰색 털이 드문드문 있으며 5개의 톱니가 있고 수술은 10개 중 9개가 서로 달라붙으며 씨방은 가늘며 길다. 열매는 협과로 꼭지가 짧고 긴 타원형이며 6월에 익는다. 꼬투리는 검게 익고 길이 2∼2.5cm로서 2실이다. 꼬투리 속에 종자가 2∼5개 들어 있고 납작하며 노란색이다. 어린 순을 나물로 하며, 풀 전체를 해열·해독·종기·이뇨에 약용한다. 뿌리에 뿌리혹박테리아가 붙어서 공중질소를 고정시키며 꽃은 중요한 밀원식물이다. 남쪽에서 녹비로 재배한다.
/본문 출처 : 두산세계대백과 EnCyber
글쓴이 : 허철희
작성일 : 2004년 05월 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