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
뒷동산의 할미꽃 가시돋은 할미꽃
싹날때에 늙었나 호호백발 할미꽃
천만가지 꽃중에 무슨 꽃이 못되어멸종위기에 처한 할미꽃
가시돋고 등곱은 할미꽃이 되었나
하하하하 우습다 꼬부라진 할미꽃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
4~50대 여인들이라면 아마 기억할 것이다. 고무줄놀이를 하며 불렀던 이 노래를…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 어쩐지 가련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할미꽃은 왜 무덤에 그렇게 많이 피는 것일까?” 어릴 때 가졌던 궁금증이다.
할미꽃은 미나리아재비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로서 볕이 잘 드는 들이나 산기슭에서 잘 자라는데, 4월에 고개를 푹 숙인 채 꽃을 피우지만, 이름과는 달리 꽃봉오리는 탐스럽다. 그러나 한 닷새 지나면 꽃은 벌써 지고, 씨앗을 여물게 되면서부터는 호호백발이 무색할 정도로 흰머리를 풀어헤친다. 아마 고개숙인 꽃봉오리나 백발을 풀어헤친 듯한 모습이 할미와 같다하여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이라고 했던 게 아닐까? 백두옹(白頭翁)이라는 다른 이름이 있는 걸 보면 아마 그랬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할미꽃 이용 항암제 개발/국민일보1998.04.22
할미꽃에서 추출한 생약성분과 인삼,감초의 생약성분으로 만든 항암제가 폐암 등에 탁월한 효과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보제약(사장 김송배)은 22일 할미꽃에서 추출한 생약성분에 인삼과 감초를 특수공법으로 혼합한 SB항암주사제를 개발,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폐암과 대장암 등에 탁월한 효능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 항암제 개발에 참여한 윤여생 박사(한보제약 부사장)는 “SB항암주사제는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해 탈모 및 신장손실 등의 부작용이 거의 없다”며 “약효 또한 기존의 아드레마이신과 거의 같거나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김사장은 “지난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임상용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으며 내년 말쯤 상품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할미꽃 전설
옛날 한 할머니가 두 손녀를 데리고 살았다.
큰 손녀는 미모를 가졌으나 마음씨가 나쁘고,
작은 손녀는 그리 예쁘지는 않지만 마음씨는 착했다.
늙어서 의지할 곳이 없게 된 할머니,
부잣집에 시집간 큰 손녀를 찾아갔으나 문전박대를 당하자,
산너머에서 가난하게 사는 작은 손녀를 찾아,
고개를 넘다가 그만 기진 맥진해서 숨지고 말았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작은 손녀가 할머니의 시체를
양지바른 산모퉁이에 묻어 드리자,
다음해 봄, 할머니의 무덤에서는 꽃이 피었다.
그 꽃이 바로 할미꽃이라고 한다.
백산고등학교 이용범 님의 시
할미꽃
버선날만한 달이 뜨면서 어둠은
벌써 식구들의 가슴까지 밀려왔다
뻣시어진 탱자나무 울타리를 가로질러 달은
기울어 갔다
바다는 무덤처럼 포근해졌고
물결을 따라간 당신의 긴 숨결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달빛이 시나브로
시나브로 당신의 따스한 온기를 쓸어가
어둠은 단 한 번도 조선의 울타리를 떠난 적
없는 농사꾼의 아내였던
당신을 거두어 갓다.
배앓이가 잦은 손주
어루만져 주던 약손도
키 작은 당신의 슬픈 역사도
목이 칼칼하게 말라
명정처럼 붉은 피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왔다
가남보살 가남보살
가안다아 가안다아 나느은 가안다아
가남보살 가남보살
부욱마앙 사안으로 나느은 가안다아
가남보살 가남보살
공수래에 공수거로
너를 두고 나는 간다
한번 왔다 가는 인생
눈물은 흘려서 무엇하랴
인제가면 언제 볼꺼나
뒷걱정일랑 접어두고
부디부디 편히 가소
눈 부시게 하얀 꽃상여는 요령소리를 따라
포근한 구름을
당신 주름처럼 깊은 산길을
당신 손금 같은 산길을 따라
할미꽃 피는
해수통 쇠젖머리에 와
머리를 풀었다
관 밖에 있는 사람들의 눈이
세상과 마지막 이어진 끈을 놓았다
누이의 촛불이 가늘게 흐느끼면서
하관식이 끝났다
아버지가 비틀거리면서
한 삽의 흙을 뿌렸다
오랫동안 삼켜왔던 슬픔이 흙속으로 뒹글었다
푸른 햇빛이 그렁그렁 관 속으로 이어졌다
멀리 바다가 보였다
빈 가슴 속으로.
글쓴이 : 허철희
작성일 : 2004년 04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