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면 당하리 장군봉 암각 ‘윷판’ 확인, “치우천왕은 왜 윷놀이를 제정했는가”

 

▲부안21 취재팀은 개천절인 10월 3일 오후 동진면 당하리 장군봉을 답사하고 암각된 윷판을 확인하였다.ⓒ부안21

한국선사미술연구소 이하우 소장의 논문 <한국 윷판형 바위그림 연구>에는 부안 당하리 장군봉의 바위에 새겨진 윷판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부안21> 취재팀이 개천절인 10월 3일 오후 당하리 장군봉을 답사하고 암각된 윷판을 확인하였다.

장군봉은 해발 30여미터의 야트막한 야산이다. 경주 이씨 묘지에는 여러 가지 형상을 한 바위들이 있는데 구멍이 파여 있다. 마을 주민들에 의하면 장군이 오줌을 누어 파였다는 것이다. 포항시 북구 청하면 신흥리 뒷산의 오줌바위에도 윷판형 바위그림, 대·소형 바위구멍 150여 점, 별자리형 바위구멍 2점이 있는데 고대인들의 제천의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동진면 당하리 장군봉은 큼직한 바위가 그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바위에 1점의 윷판형 바위그림이 있다. 지름 65cm 정도의 비교적 큰 그림과 함께, 한 변이 10cm 정도의 사각형으로 쪼은 흔적이 있는데, “이 사각형은 아마도 글씨를 지운 것으로 생각된다”는 이하우 한국선사미술연구소장의 주장이다. 바위가 마을을 향한 곳에는 제천과 관계가 있다고 보는 커다란 바위확이 한 점 있으며 바위 전체는 거북의 형상을 닮았다. 바위 측면에는 ‘경주이씨세천慶州李氏世阡’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부안21

묘지 뒤로 정상에 이르는 길이 나있는데 5분 정도 올라가면 널찍한 마당바위가 나온다. 윷판은 이 바위에 새겨져 있었다. 손으로 더듬어 가며 윷판을 확인하였다. 선명한 사진을 얻기 위해 구멍에 물을 붓기로 하였다.

동네로 내려가 물을 가져왔다. 병 뚜껑에 물을 따라 조심스레 부었다. 윷판 주위와 안쪽에 네모난 홈이 패어있어 그곳에도 물을 부어 완전한 모습의 윷판을 확인하였다. 윷판은 북극성을 중심축으로 해서 돌아가는 북두칠성에서 그 형상을 따와서 도안화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윷놀이의 시작은 언제이고 우리 민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윤석희 선생의 글을 필자의 허락을 얻어 싣는다.


윷판형 바위그림

치우천왕은 왜 윷놀이를 제정했는가 

환웅천왕이 신시를 연 지 1,200년쯤 지난 후, 제 14세 환웅에 오른 이가 치우천왕이다. 치우천왕은 나라의 영토를 옮겨 지금의 산동반도와 북경 일대를 중심으로 삼았다. 치우천왕은 중화 민족의 전설상의 시조인 황제 헌원과 오랜 전쟁을 벌인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동방세계의 군신으로 숭앙받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때 천부경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자부선생으로 하여금 윷놀이를 제정하여 널리 반포케 한 일이다.

오늘날까지도 배달겨레의 전통 민속놀이로 자리 잡아 애용되고 있는 윷놀이는 치우천왕 시절에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치우천왕은 전쟁으로 얼룩진 그 혼란기에 윷놀이를 왜 제정한 것일까? 윷놀이를 통해 무엇을 백성들에게 심어주려고 했을까? 전쟁에 지친 백성들에게 재미있는 오락 게임이라도 하게 하려고 한 것일까?

기록에 따르자면 윷놀이는 애초 환국의 역(易)인 환역을 쉽게 풀이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 한다. 그런데 그것이 환웅천왕 시절 신지 혁덕이 녹도문으로 옮긴 천부경의 뜻과도 같았다는 것이다.

윷놀이에 대해서는 이미 1백 년 전쯤에 미국의 학자인 스튜어트 컬린이 세계 여러 나라들의 놀이의 원형이 되는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천부경에 대해서도 그간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 그 연원의 사실성에 대해서는 점차 어느 정도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윷놀이나 천부경의 유래나 그 속에 담긴 뜻에 대하여 어느 누가 보아도 수긍할 수 있는 정설을 아직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실정이다. 배달겨레의 정신문명에 있어 핵심적인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천부경이나 윷놀이에 대한 이러한 학문적 풍토는 부끄러움을 넘어서 제정자의 숭고한 정신에 누를 끼치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북두칠성 周天운동에서 윷판형 바위그림으로 정형화하는 과정

윷놀이와 천부경 그리고 환역의 연관성을 정확히 밝혀내는 것은 동양의 상고사를 넘어서 인류 시원문명의 진면목을 세상에 숨김없이 드러내는 일과 직결된다. 그것들은 유불선 삼교가 꽃피기 이전의 놀이이자, 경전이며, 역학이었다. 그렇기에 윷놀이는 세계 모든 놀이의 원형일 수 있는 것이며, 천부경은 세계 모든 경전의 뿌리일 수 있는 것이며, 환역은 세계 모든 역학의 비조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환역의 본 모습은 우리에게 남아 있지 않지만, 천부경과 윷놀이는 거의 원형을 잃지 않고 전승되어 왔기 때문에 나머지 두 가지에 대해 정밀히 천착해 나간다면 환역 역시 그 실체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천부경과 윷놀이를 공부해야 하는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하다.

천부경 81자는 그 뜻이 극도로 축약된 탓에 객관적인 해석 작업이 쉽지 않다. 특히 숫자가 31자를 차지하고 있으며, 문구 자체가 숫자로만 연속되는 구절도 적지 않으므로 고대인들이 사용했던 숫자의 뜻을 정확히 꿰뚫어보는 지식이 필요하다. 그것을 상수학적 지식이라 한다. 상수학은 역학 중에서도 우주의 조화(造化)를 중시하는 학이다. 즉 팔괘와 같은 특정한 상이나 1부터 10까지의 수로써 우주 변화의 원리를 규명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단순한 민속놀이로만 알고 있는 윷놀이에는 상수학의 근간이 되는 원리들이 빠짐없이 체계적으로 알기 쉽게 들어 있다. 그러므로 난해하고 지루한 천부경이나 환역의 세계로 발을 성큼 들여놓기 전에 게임을 즐기는 가벼운 마음으로 윷놀이에 숨겨놓은 선인들의 지혜를 찾아보는 것이 재미있지 않을까.

고고인류학이 밝히는 윷놀이의 끝없는 상한 연대

최근까지 국내외로부터 모아진 연구결과에 따르자면 윷놀이의 기원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윷판이 새겨진 바위나 고인돌이 한반도나 만주 등에서 계속 발견되고 있어 윷판의 원형이 완성된 시기를 최소한 고조선시대로 소급시키고 있다. 또한 윷놀이와 유사한 놀이 방식이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유행했으며, 특히 남북미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도 남아 있는 윷놀이 풍속이나 파톨리 게임 등을 볼 때 윷놀이의 원형이 환국시대나 그 이전의 선사시대인 구환시대까지도 소급될 수 있는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콜로라도ㆍ뉴멕시코ㆍ유타주의 선사시대 유적에서는 뼈윷이 나오기도 했다. 이 지역들에서는 130여 부족들이 윷놀이를 했으며, 거의 전 지역에 퍼지기도 했다. 윷의 형태나 말판 모양, 노는 방법은 우리 윷과 차이가 많지만, 그 놀이의 원형성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도 우리처럼 윷으로 놀이도 했으며, 점을 치기도 했다.

▲한반도 윷판형 바위그림 분포

남아메리카 특히 파라과이와 볼리비아의 챠코 부족 윷은 우리 것과 같을 뿐만 아니라, 이름조차 ‘윷’이라고 한다. 과테말라 케치족은 우리처럼 누가 먼저 시작하는가를 가락을 던져 정하는데, 던지기 전에 유리한 짝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모 나와라”또는 “모 나왔다‘고 소리친다고 한다.

배달겨레의 윷놀이와 비슷한 놀이를 인도에서는 파치시, 북미에서는 파르치, 남미에서는 파톨리라고 부른다.

이제 우리는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이 만들어 쓴 뼈윷의 연대에 주목해야 하며, 남미의 챠코 부족의 ‘윷’이란 말과 케치족의 ‘모 나와라’라는 말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런 새로운 고고인류학적 발견과 보고는 치우천왕 시절에 자부선생이 환역을 풀이하기 위해 윷놀이를 제정하였다는 <태백일사>의 기록에 한발 더 접근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나 단오에 윷놀이를 하는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는 농사의 풍흉을 점쳐보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김문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두 사람이 상대가 되어 번갈아 가며 던지는데, 고지의 농민(高農)이 이기면 산 위의 밭농사가 풍년이 들며, 저지의 농민(汚農)이 이기면 물가의 논농사에 풍년이 든다. 반드시 세시에 놀이를 하는 것은 천시를 점쳐 한 해의 흉작과 풍작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마야족의 불(bul) 게임이나 아즈텍의 파톨리 게임도 신의 뜻을 묻는 종교의식으로도 사용되었는데 점치는 놀이란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이것으로 볼 때 윷놀이는 고대 세계의 점복 문화를 대표하는 핵심 놀이이자 도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에는 미래의 길흉을 점쳐보는 것이 미신을 따르는 부끄러운 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문화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역학이나 점술 비즈니스 부문의 매출액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아무리 시대가 첨단과학 문명 시대라 하더라도 인간 내면에는 비합리적 문화 요소 곧 오래전 과거로부터 내려온 점복 문화적 요소가 여전히 잠재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인간은 왜 첨단과학을 놔두고 비합리적이고 천한 것이라 여겨지는 있는 점복체계에 관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고대의 점복체계는 정말 비합리적인 것이고, 오늘날의 과학은 합리적인 것일까? 우리는 앞으로 윷놀이나 천부경의 연구를 통해서 고대 점복체계 속에 내재한 과학성을 규명해나갈 것이다.

윤석희
윷놀이세계문화유산등재추진본부장(cafe.daum.net/yutlove)
저서로는 <한단고기> <천부경의 수수께끼> 등이 있으며 고대사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허정균
2007·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