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범 연작 시]지운 김철수6 – “풍설흑야風雪黑夜에 김동지였지!”

 

▲김철수는 그의 나이 13세 때 김아로와 결혼. 3남 2녀 낳았다(금남, 용선, 용일, 용화, 용덕).ⓒ부안21

 

“김철수는 자신이 사회주의 사상을 갖게된 것은 천성적으로 가난한 사람과 약자를 보면 돕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고, 특히 걸인이나 아려운 자들을 보면 도와주는 집안 고모의 영향을 받았다고 술회하였다. 이러한 성향은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반쪽의 독립과 불쌍한 자들의 계급해방을 위한 행동으로 나타났다.”(정재철의 ‘민족의 하나됨을 위한 고독한 삶’ 중에서)

 

지운 김철수 · 6

그는 천상 동지였습니다.
흩날리는 눈발 헤치며
비밀리에 서울가다 이리역에서
환승換乘하는 사이
옛 동지 임혁근을 찾았습니다.
늙은 아버지 돌보고 단칸 방에서
취위에 떨며 굶주린다는 소식 듣고 담요 한 장 가지고 단숨에 달려갔습니다
마루도 없는 토방에서 부르니 동지는 없고 부인이 홑옷을 걸치고 맨발로 나왔습니다
그는 서울 차비만 남기고
이름도 안 밝힌 채 부인의 손에 얼른 쥐어주고 열차에 올랐습니다

훗날 임혁근은 심장 맞대며 풍설흑야風雪黑夜에 김동지였지!
굵은 눈물 땅에 떨어졌습니다

/이용범

2007·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