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달고사가 진정한 추수감사제

 

추석은 길쌈장려 위한 축제

▲뒤꼍의 장독대 옆에 짚주저리를 씌운 단지 안에 곡식을 넣고 집터의 터신으로 섬기고 있다. 호남지방에서는 이것을 철륭단지라고 부른다.ⓒ부안21

농사를 짓는 세계 어느 민족이나 수확이 끝나면 신에게 감사를 드리는 의식과 함께 축제가 이어졌다. 우리 민족에게는 상달고사가 있다. 최남선은《조선상식문답》에서 “상달은 10월을 말하며, 이 시기는 일 년내 농사가 마무리되고 신곡신과(新穀新果)를 수확하여 하늘과 조상께 감사의 예를 올리는 기간이다. 따라서 10월은 풍성한 수확과 더불어 신과 인간이 함께 즐기게 되는 달로서 열두 달 가운데 으뜸가는 달로 생각하여 상달이라 하였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상달에는 예로부터 종교적 행사가 전승되어 왔다. 고대에는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 부여의 영고(迎鼓) 등 추수감사의 의미를 내포하는 제천의식이 있었으며 고려 때에는 팔관회(八關會)가 그 맥을 이었다. 조선시대에는 민가에서 고사 혹은 안택으로 전승되었다. 고대 국가행사인 제천의식에서 가정의례로 변모한 것이다.

고사를 지낼 때 기원하는 대상신은 집안의 풍요와 안녕을 지켜준다고 믿는 가신(家神)들이다. 가신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터주신·성주신·제석신·조왕신 등이다. 고사와 더불어 가신들의 신체인 단지에 햇곡식을 갈아넣는 풍속이 있다. 이러한 신체는 지방마다 부르는 명칭과 모시는 장소, 시기 등이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중부지방에서는 터주라고 하여 뒤꼍의 장독대 옆에 짚주저리를 씌운 단지 안에 곡식을 넣고 집터의 터신으로 섬기고 있다. 호남지방에서는 이것을 철륭단지라고 부른다.

또한 문중에서는 상달에 시제를 지내는데 햇과일, 햇곡식 등으로 성대한 젯상을 차리고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가문의 융성을 빈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 이러한 상달고사의 전통이 차츰 잊혀지고 추석이 추수감사제로 대체되었다. 추석의 기원을 알아보면 추수감사제와는 거리가 멀다. 《삼국사기(三國史記)》유리이사금 조에 의하면, 왕이 신라를 6부로 나누었는데 왕녀 2인이 각 부의 여자들을 통솔하여 무리를 만들고 7월 16일부터 매일 일찍 모여서 길쌈, 적마(積麻)를 늦도록 하였다. 8월 15일에 이르러서는 그 성과의 많고 적음을 살펴 진 쪽에서 술과 음식을 내놓아 승자를 축하하고 가무를 하며 각종 놀이를 하였는데 이것을 가배(嘉俳)라 하였다. 이 때 부른 노래가 슬프고 아름다워 회소곡(會蘇曲)이라 하였다.

이처럼 추석은 길쌈을 장려하는 축제였다. 언제부터 조상 제사와 추수감사제로 성격이 바뀌게 되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요즘은 추석에 맞춰 사과나 배를 출하하기 위해 성장을 촉진시키는 농약을 뿌리기까지 하고 있어 감사드려야 할 땅을 더욱 병들게 하고 있다. 추석 이전에 거두는 햇곡식, 햇과일이 얼마나 있는가. 조생종 벼 정도이다. 햇곡식 햇과일로 하늘과 조상에 감사를 드리는 상달고사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추수감사제이다.


/허정균
200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