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海夫人

 

 

▲여성 생식기처럼 생긴 홍합 속살. 그래서 東海夫人이라고 부르는 듯 하다.

홍합하면 포장마차가 생각난다. 추운 겨울 날 포장마차에서 맛보는 뜨끈한 홍합국물은 그렇게 시원하고 담박할 수가 없다. 소주 한 잔 하면서 안주로 홍합 살을 꺼내 먹는 맛도 달고 고소한 게 그만이다. 그런데 이럴 때면 친구들 사이에 농이 오고간다. 여성의 그것을 꼭 닮은 데다 털까지 나있으니 그도 그럴 수밖에…, 옛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본초강목에는 홍합을 일명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서해는 중국에서는 동해가 되는데, 그들 입장에서는 동해에서 나는 부인의 그것과 같이 생긴 것이라 해서 그런 이름을 붙인 듯 하다.

자산어보에는 홍합을 담채(淡菜)라고 했다. ‘맛이 감미로와 국에도 좋고 젓을 담가도 좋으나 그 말린 것이 사람에게 가장 좋다.’라고 한 것으로 보아 조개류이면서도 채소처럼 감미롭고 담박하여 채(菜)자를 넣어 이름 지은 듯 하다.

또한, 자산어보에는 ‘콧수염을 뽑을 때 피가 나는 사람은 지혈시킬 다른 약이 없으나 다만 홍합의 수염을 불로 태워 가지고서 그 재를 바르면 신통한 효험이 있다. 또한 음부(淫部)에 상한(傷寒)이 생길 때에도 홍합의 수염을 불로 따뜻이 하여 뇌후(腦後, 뒤통수)에 바르면 효험이 좋다.’고 했는데, 이렇듯 홍합은 한방에서도 귀중한 약재로 쓰였던 것 같다.

▲홍합_홍합이나 지중해담치 껍데기에는 밧줄 올 같이 생긴 족사(足絲)가 붙어 있다.(족사는 복털조개, 담치, 키조개 등 몇몇 조개가 바위에 몸을 붙이기 위해 분비물로 만든 섬유이다.)

그 외 다른 문헌에도 홍합에는 자양 ·양혈 ·보간(補肝)의 효능이 있어 산후조절, 허약체질 ·빈혈 ·식은땀 ·현기증 ·음위 등에 단방(單方)으로 처방한다는 기록이 보인다.

 

홍합
[紅蛤, Mytilus coruscus, 홍합과]

참담치라고도 하는 홍합은 지중해담치와 구분하기가 힘들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지중해담치는 홍합에 비해 그 크기가 작다. 지중해담치는 8센티미터 정도로 자라지만 홍합은 14~15센티미터까지 크게 자란다. 그리고 지중해담치는 껍데기가 얇고 매끈한데 비해 홍합은 더 두꺼우며 껍데기 각피가 벗겨져 있는 등, 지저분해 보인다.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홍합은 꼭지점이 약간 휘어 있지만 진주담치는 곧다.

홍합류의 조개들은 족사(足絲)를 이용해 바위나 그 밖의 딱딱한 물체에 무리지어 붙어사는데, 어린 개체군에서는 수컷이 많고 큰 개체군에서는 암컷이 많은 것으로 보아 성전환(性轉換)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지중해담치

지중해담치
[Mytilus galloprovincialis, 홍합과]

서유럽(지중해)이 원산지이며, 2차대전 이후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토종인 홍합과 거의 비슷하나 크기도 8센티미터 정도로 홍합보다 작고, 배 부분과 아래 꼭지 부분이 거의 일직선에 가까운데, 이점이 꼭지가 거의 중앙에 있는 홍합과 다른 점이다. 생명력은 홍합보다도 더 강한 듯, 우리나라 전 해역으로 확산되어 바위에 붙어산다.

그 동안 진주담치(M deulis)로 불리어 왔으나 최근의 정밀조사 결과 지중해담치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허철희

2003년 01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