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범 연작 시]지운 김철수5 – “마오쩌둥의 부음 듣고 심장 아렸습니다”

▲아버지 김철수가 남겨준 병풍을 가리키며 모택동을 설명하는 딸 김용화ⓒ부안21

일본 유학 중에 사귄 의제 허백련의 기록에 보면, 김철수는 매사가 분명하여 일본 학생들과도 싸움이 잦았으며 유학생들 중에서도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 하루는 일본에 있는 조선 청년회에서 일본의 저명한 문사 三宅雪嶺씨를 초빙, 시국강연회를 가진 적이 있었다. 三宅의 강연은 영국과 아일랜드가 합병하여 사이좋은 형제국이 되었듯이 일본과 조선도 그와 같은 사이라는 내용이었다. 맨 앞좌석에서 강연을 듣던 김철수는 강연 도중에 일어나 단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이것은 강연이 아니오. 이런 강연은 들을 필요가 없으니 三宅은 내려가시오. ”김철수는 큰 소리로 외치며 三宅을 떠밀어 내려하였다. “끝까지 강연을 들어봅시다.”강연을 듣고 있던 최남선이 제안했으나 김철수는 듣지 않았다. 그는 끝내 三宅을 떠밀어내고야 말았으며 장내는 연사를 야유하는 소리와 김철수를 칭찬하는 박수 소리로 뒤죽박죽이 되었다. 유학하던 친구들은 이러한 김철수를 초봉(初峰)이라 불렀다. 앞장서서 일한다고 붙여진 이름이었다.

중국공산당이 창립되는 과정에서도 김철수는 진독수, 황각 뿐만이 아니라 모택동, 구추백, 이립삼과도 만났다. 김철수는 모택동과 서로 나이가 같다는 사실 때문에 서로에게 더욱 친밀감을 가졌는데 모택동의 사망소식을 듣고 그를 기리는 시를 짓기도 하였다. 그의 친구들은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인물들이 많았는데 한번 사귀면 이념을 달리해도 교우관계를 지속했다. 이념을 달리 했던 장덕수와 교우관계는 그런 예이다..”(정재철의 ‘민족의 하나됨을 위한 고독한 삶’ 중에서)

지운 김철수 · 5

마오쩌둥의 부음 듣고 심장 아렸습니다
시 한 수 남겼습니다

나이도 같고 뜻도 같고 같은 시기에 일어나니
비바람 몰아치던 그 당년에 의기 있는 남아였네
죽음에 이르러서도 천하를 근심하던 그대 부럽고
오늘 온전한 몸으로 남아 있는 네가 부끄럽네

/이용범

2007·04·24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