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작목사 이규보와 부사의방장

▲부사의방은 변산의 최고봉인 의상봉 동쪽 절벽 중간에 있었던 암자이다.ⓒ부안21 잇는 단층이 해저에 존재한다는 증거이다.ⓒ부안21

 

이규보가 본 부사의방장과 변산찬가

앞장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인 이규보(李奎報 1168~1231)는 고려(元宗時代) 최충헌과 최우의 무신 정치 시대에 문신으로 평장사를 지냈으며 변산에는 벌목사(伐木使)로 부임하여 근무하면서 인연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이 시절에 부령 현령 이군 및 다른 손님 6, 7인과 원효방과 부사의방장(不思議方丈)을 다녀왔다. 그 후 위위시판사가 되었으나 1230년 팔관회 정란(政亂)에 휘말려 다시 부안 위도 상왕등도(蝟島上旺嶝島)에 유배되는 사연으로 변산과 다시 인연을 맺는다.

그 후 귀향에서 풀려나 (高宗1237년) 문하시랑 평장사로 관직을 물러나게 된다. 그가 남긴 저서로는 동국이상국집, 백운소설, 국선생전 등이 있다. 다음은 이규보가 본 변산의 부사의방에 관한 기록과 변산에 대한 찬(贊)가 몇 수를 찾아 적어 본다.

… 이른바 부사의방장이란 곳이 어디에 있는가를 물어서 구경하였는데, 그 높고 험함이 원효의 방보다 만 배였고, 높이 백자쯤 되는 나무사다리가 곧게 절벽에 걸쳐있었다. 3면이 모두 위험한 골짜기라 몸을 돌려 계단을 하나씩 딛고 내려가야만 방장에 이를 수가 있다. 한번만 헛디디면 다시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나는 평소에 높이 한 길에 불과한 누대를 오를 때도 두통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정신이 아찔하여 굽어 볼 수 없었는데, 이에 이르러는 더욱 다리가 와들와들 떨려 올라가기도 전에 머리가 벌써 빙 돈다. 그러나 이 승적을 익히 들어오다가 이제 다행히 일부러 오게 되었는데, 만일 이 방장을 들어가 보지 못하고 또 진표대사의 상을 뵙지 못한다면 뒤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그래서 어정어정 기어 내려가는데 발은 오히려 사다리에 있으면서도 금방 떨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드디어 들어가서 부싯돌을 쳐서 불을 만들어 향을 피우고 율사의 진용에 예배하였다. 율사는 이름이 진표이며 벽골군 대정촌 사람이다. 그는 12살 때 현계산(의상봉) 부사의방에 와서 거쳐하였는데 현계산이 바로 이산이다. 그는 명심하고 가만히 앉자 미륵보살과 지장보살을 보고자 하였으나, 며칠이 지나도록 보이지 않자, 이에 몸을 절벽에 던졌는데, 두 명의 청의동자가 손으로 받으면서 말하기를 “대사의 법력이 약하기 때문에 두 성인이 보이지 않습니다.”하였다. 그래서 그는 더욱 노력하여 삼칠일에 이르니, 바위 앞 나무위에 미륵보살과 지장보살이 현신하여 계를 주고 미륵보살은 친히 점찰경 2권을 주고, 아울러 1백 99생( )을 주어 중생을 인도하는 도구로 삼게 하였다. 그 방장은 쇠줄이 바위에 박혀 있기 때문에 기울어지지 않는데 세속에 전하기를 바다의 용이 그렇게 한 것이라 한다.…<참고문헌·이규보의 삶과 문학(홍성사)>

 

▲「동국여지승람」에는 이 암자에 대해 「신라의 승려 진표율사가 우거하던 곳인데 백척 높이의 사다리가 있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면 방장에 이를 수가 있는데 그 아래는 측량할 수 없는 골짜기이다. 쇠줄로 그 집을 매어 바위에 못질을 하였는데 세상에서는 바다의 용이 한 짓이라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지금도 부사의방장 터에는 어느 시대인지는 알 수 없으나 기와장이 흩어져 있고, 암벽에는 쇠말뚝 흔적이 있다.ⓒ부안21

 

작목사(斫木使)

權在擁軍榮可詫
官乎斫木辱堪知
邊山自古稱天府
好揀長材備棟樑

권세가 옹군(임금님이 준 벼슬)에 있으매
영광을 가히 자랑할 만 한데

관은 작목(나무베는직職)이라 부르니
욕된(창피하다) 것을 알겠도다.

변산은 예로부터 천부를 불리면서
긴 제목 잘 뽑아 동량 재목에 대비하네.

영주산 봉래산(瀛洲山,蓬萊山)

江山淸勝敵瀛蓬
立玉鎔銀萬古同

강과 산이 맑고 좋음은
영주산 봉래산과 겨룰 만 하니
옥을 세우고 은을 녹인 듯한 것은
만고에 변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변산

一春三過此江頭
王事何曾怨末休
萬里壯濤奔白馬
千年老松臥蒼龍
海風吹落蠻村笛
沙月來迎浦客舟
擁去騶童怪應我
每逢佳景立遲留

한해의 봄에 세 번이나 강가에서 지내지만
나라의 일이오니 어찌 원망할소냐

만리 큰 물결은 백마가 달리는 듯 하고
천년이나 늙은 용이 누워 있는 듯 하구나

바다 바람은 불어 만 촌은 피리 소리에 젖고
모래 위 달은 갯가의 나그네 배를 맞는구나.

호위하는 추동은 응당 날 괴이하게 여기리라
좋은 경치 만나면 오래 서서 머물러 있었으니.

부사의방장(不思議方丈)

蚣矗危梯脚低長
回身直下萬尋强
至人已化今無迹
古屋誰扶尙不疆
丈六定從何處現
大千猶可筒中藏
完山吏隱忘機客
洗手來焚一辨香

무지개 같은 사다리 다리 밑이 길어서
몸을 돌려 곧장 내리니 만 길이 넘네
도인은 이미 가고 자취마저 없는데
옛집은 누가 붙들었기에 아직도 쓰러지지 않나
일장 육척의 불상은 어느 곳으로 좇아 나타날는지
대천의 세계는 그 가운데 감추어져 있네
완산의 벼슬아치 숨어들어 나그네임을 잊으니
손 씻고 들어와 한 조각 향을 사르네

/김길중
2005·06·04 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