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정재철
펴낸날 | 2016년 2월 29일
펴낸이 | 부안역사문화연구소
펴낸곳 | 도서출판 밝
256쪽/175*225mm/값 18,000원
ISBN 9788991826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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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부안 풍경

해창다리 새로 들어서다
조선 유학생들의 봄맞이 소망
광산기술양성소의 졸업사진
고향친구들의 금강산 유람길
꽃자주색 비단 방석의 돌사진
새로 놓은 큰다리에 돛단배 들어오고
주산 무내미에 공소를 열다
일본군 부령공립국민학교에 주둔하다
이근영 기자 월명암에 오르니
백산다리 공사비는 2만 8천원
100년을 넘긴 소주마을 모정
채석강에서 ‘채색돌’에 넋을 잃다
엽서로 남은 돌팍거리 진석루
일본인 거리, 본정통에는
신작로는 줄포를 향해 간다
시와 노래를 좋아한 소녀
당상마을 아름다운 팽나무 길
비석에서 사라진 이름들
1933년의 아동성경학교

2 이야기로 읽는 부안 문화

약산이네 매가리간과 백산삼거리
1936년 백산보통학교의 수학여행 이야기
소화극장, 부안사람들의 ‘시네마 여행’
1938년 줄포소학교의 가을운동회
서림양조장과 소화양조장 그리고 ‘술 식민지’
변산해수욕장, 1938년 풍경

3 인물로 엮은 부안 역사

한말, 부안 의병은 누구인가
조국의 해방을 꿈꾼 사회주의자 김철수
조선혼을 부르짖은 청년 최상욱
강제 징용된 14살 변산 소년


정재철

고창의 영선고등학교와 부안의 백산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쳐왔다. 지역사에 관심을 가지고서 틈틈이 자료수집과 글쓰기를 해오고 있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아픔의 기억과 이름 없이 스러져간 인물 찾기에 노력했으며, 이런 과정에서 증언자로 만난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일제강점기의 풍경과 인물을 기록한 이 책은 지역 분들의 도움의 결과물임을 밝힌다.
부안 사람들과 함께 부안시민문화모임을 꾸려 지역의 바람직한 미래와 전망을 위해 고민했으며, 부안역사문화연구소에서 발행하는 ‘부안이야기’의 편집위원으로 참여 하고 있다.
학생들과는 지역답사와 기록사진 찍기, 풍물 등을 함께 하며 다양한 인성 계발과 학생 스스로 자신의 앞길을 열어가는 자주적인 노력에서 교육의 길을 찾고자 했다. 여전히 교육이 미래의 가치와 희망이라는 데에 마음을 두고 있다.
전북대학교 사학과와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한국사)을 졸업했다.
지금은 백산고등학교에서 교감으로 일하고 있다.

 



 

‘시골 역사선생의 지역사 찾기’
『사진으로 보는 해방 전 부안풍경』

역사는 어제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인가? 지나간 사실을 박제해 둔 창고인가? 역사는 교과서 속에 담겨 있으며, 수업을 통해서 배우는 것인가? 당연한 대답이지만, 이 질문들은 모두 틀렸다. 역사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일상 속 어느 담 모퉁이나 문득 스쳐가는 아이의 해맑은 미소에서 늘 만날 수 있는 바로 현재진행형의 사건들이다.

정재철의 책 『사진으로 보는 해방 전 부안풍경』(도서출판 밝, 2016)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보여준다. ‘시골 역사선생의 지역사 찾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이 살아온 이야기를 부안이라는 시골 공간을 통해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어제의 일들이 왜 오늘, 우리의 이야기인지를 차분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언어로 풀어낸다.

시골 역사 선생으로 재직하면서 정재철이 발로 뛰며 만나고 찾아낸 자료들은 우리가 까맣게 몰랐거나 무심코 지나쳤던 사실들을 큰 흥미와 감동으로 알려준다. 그는 한 장의 사진 속에서 70년 전 다리 개통을 감격으로 지켜보는 주민들을 불러내고, 첫돌맞이 아이의 천진스런 표정 속에서 시대의 풍경을 읽어낸다. 그 시절 수학여행과 운동회에 얽힌 애환을 애틋하게 스케치하면서도 소소한 학교행사 속에조차 음습하게 깃들어 있는 일제 기만통치의 비열함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정재철의 글은 아프나 후련하다. 그가 만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위태하나 강인한 것처럼 말이다. 식민지 청년으로 살아간다는 일에 분노한 최상욱은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아랑곳하지 않고 ‘내선일체’와 ‘창씨개명’의 허구성을 신랄하게 꾸짖는다. 식민지 교육에 적개심을 보이다 퇴학 맞는 17세 소년 임창규는 일본인 교장을 패대기치는 통렬함을 선사한다. 무명에 가까운 항일 의병이나 조국의 해방을 꿈꾼 사회주의자 김철수의 이야기는 차라리 강렬함 그 자체이다.

정재철은 조그마한 시골 지역에서 펼쳐진 이야기들을 통해 한 시대 민족의 삶과 그들이 겪었던 아픔을 밝혀낸다. 사진 한 장, 촌로와 나눈 몇 마디의 증언을 통해 깊숙한 사실들을 들춰낸다. 그가 적는 글은 궁벽한 시골의 이야기로되 나라 사람들 전체가 살아온 삶과 다르지 않고 오히려 생생하다. 아울러 그는 오늘을 사는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일들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시대의 부름을 피하지 않고’ 올곧게 살아간 분들에 대해 예의를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지, 오늘을 사는 후손의 도리가 무엇인지를 묵묵히 글에 담는다. 이러한 태도는 존경스러운 몸짓임에 분명하나 그는 결코 칭찬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마땅히 해야 할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일 테니까.

독자에게 즐거움과 뿌듯함을 준다는 것은 모든 책들이 지녀야 할 기본적인 미덕이다. 거기에 더하여 어제를 안다는 것은 아픔이면서도 기쁨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하는 것은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보너스이다.

/김중기(부안여고 역사 교사)


 

시골 역사교사의 지역사 찾기, 그 '발품'이 오롯하다

 

▲백산면 원천리에 살았던 김용화(1919∼ ). 스물 네 살 때 취직을 하려고 서울 돈화문 근처의 사진관에서 이 사진을 찍었다. 1942년.ⓒ 본문 수록사진

처녀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사진관에서 찍은 인물사진인데도 흔히 보는 근엄하고 경직된 표정이 아니다. 조리개 개방으로 뭉개진 배경을 등지고 처녀는 오른쪽으로 15도쯤 몸을 틀고 있다. 흰 저고리에 검정 치마, 여인의 손은 얌전히 무릎 위에 포개져 있다.

때는 1942년, 해방을 3년 앞두고 처녀는 돈화문 근처 어떤 사진관에서 이 사진을 찍었다. 감옥에 있는 독립운동가 부친 옥바라지를 위해서 취직해야 했던 여자는 이력서에 붙일 사진이 필요했다. 아버지는 지운 김철수. 처녀는 지금 아흔여덟 노인이 되었다.

이 한 장의 사진에 담긴 내력들은 칠십몇 년의 시간을 거슬러가 우리를 해방 공간으로 데려다 준다. 누구나 한번 미소로 스쳐갈 사진이지만 그 속에 담긴 시간의 켜는 예사롭지 않다. 그것은 특정 시기의 정지된 시간과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적 공백을 환기해 준다. 그게 사진이 가진 힘일까.

이 아름다운 사진은 지난 3월 초순에 간행된 <사진으로 보는 해방 전 부안 풍경>(아래 <부안풍경>)에 실려 있다. <부안풍경>은 전북 부안의 부안역사문화연구소에서 매년 두 차례 펴내는 잡지 <부안이야기>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해 온 정재철 선생의 노작이다.

동시에 이 책은 부안역사문화연구소가 천착해 온 지역사 연구의 첫 결실이다. 이 책은 '부안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고자 애써 온 이들의 노력과 성과를 모은 '부안역사문화연구소총서' 제1권인 것이다. 부제 '시골 역사 선생의 지역사 찾기'는 이 책의 성격을 가감 없이 드러내 주고 있다.[관련 기사 : 지자체 지원 거절하는 잡지, 다 이유가 있다]

부안역사문화연구소의 '지역사 연구'의 성과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지역사' 연구는 '1970년대 이후 중앙과 지배층 중심의 역사서술의 극복이라는 차원에서 시작'(삼척대 배재홍)되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아졌지만 '지역사'라는 용어의 개념도 정립되지 않은 데서 보듯 그것은 아직 '한국사 연구의 한 분야'로서 자리 잡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한때 지역사 연구는 흔히 '향토사가', '향토사학자' 등으로 불리어 온 비전문적인 연구자에 의해 수행되어왔다. 그러나 이제 지역사 연구는 전문 역사학자들도 참여하면서 객관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부안역사문화연구소에서 펴낸 부안역사문화연구총서는 이러한 지역사 연구의 구체적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역사교사로서 지역사를 다루어야 한다는 당위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을 찾지 못한 데서 오는 고민과 성찰을 고백한다. 그의 화두는 언제나 '부안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물음이었고 지역 어른들을 만나 증언을 듣고 자료를 모으는 일을 통해서 그 답을 찾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 책 <부안풍경>은 그가 찾은 답의 일부인 셈이다.

<부안풍경>은 제목이 가리키는 바와 같이 일제강점기의 근·현대 지역생활사'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지은이의 말대로 "부안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역사와 시대의 부름을 피하지 않고 상처를 뒤집어쓴 채 맨몸으로 맞선 사람들에 대한 역사교사로서 조그만 헌사"(머리말)다.

255쪽의 책자에 담긴 사진은 모두 빛바랜 오래된 흑백사진이다. 개중에는 앞의 사진처럼 선명한 것도 더러 있지만 내용을 식별하기조차 어려운 형태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저자는 그 사진이 함축하고 있는 배경과 사연을 정감어린 시선으로 추출해 낸다. 그것은 물론 시대를 넘어 이어진 지역적 연대의식과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역사를 바라보고 있는 역사교사 정재철에게 역사는 무슨 거대한 사건이나 담론이 아니다. 그는 기록되지 않은 무명의 백성들이 교직해 낸 크고 작은 일상의 삶도 궁극적으로 역사와 이어진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은 마을에 무슨 역사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전쟁이 나고 서로를 죽이는 큰 불행을 만나야 역사인가. 이곳에서 숨 쉬고 사는 사람들의 작은 소망과 애환도 역사가 아닐까." - <부안풍경> 74쪽

책은 크게 3부로 나뉜다. 제1부는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부안 풍경'이다. 저자는 변산교 개통식과 일본의 조선 유학생들이 봄맞이를 찍은 사진, 꽃자주색 비단 방석의 아기 돌 사진, 광산기술양성소의 졸업사진 등에서 일제 강점기를 관통하고 있는 우리네 삶을 읽어낸다.

태평양전쟁 말기에 일본군이 주둔한 부령공립국민학교와 1936년 가람 이병기가 찾은 채석강, 일본인 거리 본정통, 줄포 항 시가지, 1933년의 아동성경학교 사진 따위에 드러난 시대의 아픔과 삶을 잡아내는 힘의 원천은 앞서 밝힌 바 지역에 대한 애정과 시대를 읽어내는 공감의 시선이다.

 

사진에 드러난 '시대와 민족의 현실 읽기'

▲ 일제강점기 부안군 백산면 삼거리에 있었던 '약산이네 점방' 앞에 사람들이 서 있다. 일본인 와카야마 사카에치로(若山榮治郞)의 이 가게는 점원만 20명이나 되는 대형 상점이었다. 약산은 지역 상권을 장악하고 있던 부안의 대표적인 일본인 사업가였다.ⓒ 본문 수록 사진

예의 사진들에 드러난 것은 개인이지만 역사교사의 눈은 사사로운 개인의 삶을 넘어 거기서 시대와 민족의 운명을 읽어낸다. 그는 변산 들어가는 길목에 새로 놓인 '해창다리'에서 일제의 경제적 침탈을, 징병과 징용, 정신대로 끌려간 사람들의 슬픔과 민족의 한을 풀어내는 것이다.

2부는 '이야기로 읽는 부안 문화'다. 사진에 담긴 시대와 사람들을 정겹게 따라간 1부에 비기면 2부는 각종 통계자료 등을 원용하여 그 시대와 사람들의 삶을 재현해 낸다. 지역 상권을 장악하고 있던 일본인들의 사업체, 도정공장과 양조장 따위를 통해 일제 수탈과 '술 식민지'의 단면을, 그리고 그런 업체에 품팔이 노동자로 전락한 농민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937년에 읍내에서 개관한 소화(昭和)극장을 통해 소개되는 부안 사람들의 '시네마 여행'은 매우 시시콜콜하다. 일제의 침략전쟁에 대한 홍보 일색의 뉴스와 승전보를 다루는 전쟁영화만을 보아야 하는 궁핍에도 불구하고 극장은 서구 생활양식이 고스란히 소개된 문화의 창구였던 것이다.

'1938년 줄포소학교의 가을운동회'는 마치 저자가 직접 겪은 일처럼 상세하고 정감이 넘치는 기록이다. 운동회가 준비되는 전 과정과 지역민들의 축제로 기능하고 있는 운동회 당일의 풍경도 흥미롭다. 그러나 저자는 각종 경기나 내용이 일제의 전시 근로동원체제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이 행사가 아이들을 길들이는 훈련과정이자 통제수단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다.

제3부는 '인물로 엮은 부안 역사'다. 한말 부안의 의병 투쟁을 추적하고 일제에 강제 징용된 14살 변산 소년의 인생유전을 통해 식민지 시대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백성들의 삶을 조명한다. 한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의 삶은 곧 그 지역의 역사이기도 한 것이었다.

국가기록원에 소장된 독립운동관련 판결문을 보면 부안 출신은 33명이지만 이 가운데 독립유공자로 기려진 이는 12명에 그친다. 나머지 21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1909년 일제의 호남의병대학살 때 희생된 이들은 누구인가. 한말의 의병 선봉장 김낙선(1881~1925)과 함께 일제와 유격전을 벌였던 12명의 동지들은 어디로 갔을까. 저자는 묻혀버린 이들의 역사를 안타깝게 호명하고 있다.

형과 호적이 바뀌는 바람에 14살에 징용에 끌려가야 했던 변산 소년은 천행으로 살아서 돌아왔다. 그는 17살에 다시 한국전쟁에 참전해 부상을 입고 제대했다. 그리고 가난과 병마 속에 근근이 살아가며 그는 저자에게 '이 고생을 하며 사는 게 무슨 죄를 지어서 그런가'고 말한다. 역사는 이들 희생자들에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조선 공산당 책임비서를 역임한 사회주의자 김철수(1893~1986)의 삶도 아픔 없이 읽을 수 없지만, 정작 내게는 일제의 식민 통치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투옥된 평범한 교통회사 사무원과 군농회 지도원 이야기가 더 간절하게 다가왔다.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소임을 다한 이들의 삶도 기려져야 마땅하지만 그 어려운 시대에도 자존을 잃지 않고 민족혼을 견지한 이른바 '무명소졸'의 삶은 무심하게 저 과거사를 일별하고 마는 우리들 의식을 환기해 준다. 일제에 저항은커녕 순응한다고 해도 크게 나무랄 수 없는 무명의 백성들이 보여준 결기 앞에서는 옷깃을 여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자도 비슷한 생각을 하였던 것일까.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한 이는 '일본인 교장을 패대기친 소년 임창규'다. 이 고등과(6학년을 졸업하고 입학하는 2년제 학급)의 열일곱 살 소년은 학교 운동장의 가마니틀을 훼손해 버린다. 교장실로 불려가 두들겨 맞고 있던 소년은 부모를 욕하고 '반도인' 운운하며 민족까지 비하하는 일본인 교장을 마룻장에다 패대기치고 유리창을 깨고 달아난 것이다.

부령공립국민학교(부안초등학교) 학생들은 운동장에 설치한 가마니틀 60대에 달라붙어 전쟁물자용으로 쓰이는 가마니를 짜야 했다. 때는 1944년, 일제의 전시 동원체제는 초등학생까지 동원해야 할 정도로 극심한 물자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역사의 '현재적 의미'를 묻는다

▲ 왼쪽부터 열네 살때 징용으로 끌려갔던 김태수, 일제의 식민 통치를 비판했다 투옥된 교통회사 사무원 최상욱, 부모와 민족을 비하하는 일본인 교장을 마룻장에 패대기 친 열일곱 소년 임창규. ⓒ 본문 수록 사진

소년다운 정의감과 저항의식에서 비롯되었지만 이 사건은 불온한 행동으로 치부되어 소년은 퇴학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저자는 소년이 '특별한 사람'은 아니지만 "일본에 길들여지는 것을 용감하게 거부하고 일제의 전쟁 준비에 자기 나름의 저항을 시도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17세 임창규의 꿈과 행동은 정말 무모하고 불온한 것이었을까?"

이 책은 저자가 스스로에게 되묻는 것으로 마감된다. 그것은 부안의 역사와 부안 사람들의 삶을 천착하고자 하는 저자의 태도와 일정하게 이어져 있다. 저자는 단순히 과거를 회고하는 것을 넘어 그것의 현재적 의미를 묻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 고장의 인물이나 지리, 역사를 평면적으로 나열하여 애향심을 고취시키는 역할에 집착'(배재홍)했던 한 세대 이전의 향토사가들과 차별되면서 부안역사문화연구소의 궁극적 지향과 겹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전라북도 부안 지역의 역사와 사람을, 그것도 식민지 시기의 삶을 다룬다. 특정 지역과 특정 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이 책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삶은 전라도든 경상도든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제강점기의 근·현대 지역생활사'로서 이 책의 보편적 성격은 부정할 수 없다. 경상북도 구미에 사는 내가 이 책을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역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쳐 온 저자는 "지역이 지닌 아픔의 기억과 이름 없이 스러져간 인물 찾기에 노력했으며, 이런 과정에서 증언자로 만난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며 이 책이 '지역 분들의 도움의 결과물'임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소 창립 8년 만에 이 책을 출간함으로써 '부안역사문화연구소총서'는 본격적 지역사 연구의 첫발을 내디뎠다. 인구 6만의 시골에서 여러 편견을 넘어 부안역사문화연구소가 열어가는 지역 문화의 미래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일도 우리 독자들의 몫일 터이다.

/장호철(오마이뉴스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