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은 ‘고라실 윷’이랑게” 변산에서 만난 신명난 윷판

  지난달 30일 변산면 마포리에서 신명나는 윷놀이판을 만났다. 고향을 지키며 유기농을 짓는 친구 어머님이 돌아가셨는데 장례를 병원에서 치르지 않고 집에서 문상객들을 맞고 있었다. 마당 한켠에서 윷판이 벌어졌다. 김제평야의 중심 부안 백산면에서 온 선수 2명과 변산면 출신 선수 두명이 1만원씩을 걸고 입장하였다. 윷은 남도 특유의 깍쟁이윷. 상차림에 오르는 간장그릇에 때죽나무로 만든 작은 윷가락을 담아 풀잎을 뜯어 말판을 그린 커다란 멍석에 뿌리는 것이다. 빙 둘러선 구경꾼만 30여명 윷가락이 멍석에 깔릴 때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말을 쓸 때마다 모두 한 마디씩 숨막히는 추격전이 벌어지며 …

갯벌 매립과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서해 갯벌 파괴한 새만금방조제, 한국판 모아이 석상 남미의 칠레에서 서쪽으로 3,700km 떨어진 남태평양 한가운데 제주도의 10분의 1 정도 되는 크기의 이스터섬이란 섬이 있다. 1722년 유럽인들이 이 섬을 처음 발견했을 때 섬 사람들은 누추한 갈대 오두막이나 동굴에서 기거하며 전쟁으로 날을 지새고 있었다. 워낙 식량이 부족하여 인육을 먹기도 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이 섬 주민들의 야만스러움에도 불구하고 한 때 번성했던 사회가 있었던 흔적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해안을 돌아가며 2백 개가 넘는 거대한 석상들이 서 있었던 것이다. 모아이라고 불리는 이 …

상달고사가 진정한 추수감사제

  추석은 길쌈장려 위한 축제 농사를 짓는 세계 어느 민족이나 수확이 끝나면 신에게 감사를 드리는 의식과 함께 축제가 이어졌다. 우리 민족에게는 상달고사가 있다. 최남선은《조선상식문답》에서 “상달은 10월을 말하며, 이 시기는 일 년내 농사가 마무리되고 신곡신과(新穀新果)를 수확하여 하늘과 조상께 감사의 예를 올리는 기간이다. 따라서 10월은 풍성한 수확과 더불어 신과 인간이 함께 즐기게 되는 달로서 열두 달 가운데 으뜸가는 달로 생각하여 상달이라 하였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상달에는 예로부터 종교적 행사가 전승되어 왔다. 고대에는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 부여의 영고(迎鼓) 등 추수감사의 의미를 내포하는 …

근대사회가 저지른 ‘인재’의 장소, 그 오늘날

    잃어버린 옛 우반동 경관 물은 반계로 이어져 절정을 이루고(水接磻溪勝) 산은 우반 골짜기에 깊이 숨어 있도다(山藏愚谷深) 시냇가에 핀 꽃은 지나가는 객의 발길을 사로잡고(磵花迷客路) 숲속에서 들려오는 퉁소 소리는 마음을 시원하게 하네(林籟爽人心) 조선 인조 때 김세렴(金世濂, 1593~1646)이 지은 시입니다. 우반 골짜기라 함은 당시 보안현의 우반동(지금의 보안면 우동리)에 있는 골짜기를 말합니다. 옛날에는 이쪽 사람들이 산속에서 퉁소를 즐겨 불었나 봅니다. 진서면의 산속마을인 대소도 퉁소와 관련이 있으니 말입니다. 각설하고, 조선시대의 시인이나 묵객(墨客)들이 우반동의 경치를 보고 감탄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시로 표현하고자 하는 감흥에 …

“쪄 말려 떡해먹으믄 맛나”

홀태질하는 할머니 #1. 11월1일 오후. 내소사 가는 길, 진서면 원암마을에서 마주친 한 풍경입니다. 올해 여든일곱의 장판례 할머니. 그이는 집 앞의 시퍼런 콩밭에 주저앉아 낫으로 베어가며 콩대에서 콩을 하나하나 따내고 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여, 콩대 하나에 한두개 정도밖에 열리지 않은지라 이잡듯 콩대를 뒤지고 있었습니다. 아주 굼뜨고, 까칠하게 쇤 손가락들 사이로 퇴색한 가을빛을 덧칠하며 말입니다. “9월에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통 안열렸어요. 이런 일도 처음인거 같아요. 밥에나 얹어먹을까 허고 한두개씩 달린 거 따보는고만요.” 콩대를 베어내는 일도 힘에 부치는지 콩대가 쉬 베어지지 않습니다. …

치도리 당집 무신도의 주인공은 임경업이 아니다

    얼마 전에 위도 지역에도 임경업 당이 존재한다는 언론보도를 접한 적 있다. 일부 학자들이 위도면 치도리 당집을 답사해, 당집 안에 걸려 있는 무신도를 살펴보고, 치도리 주민들의 증언을 토대로 제기한 주장을 언론이 보도한 것이다. 지금까지 조선조의 실존 인물인 임경업 장군과 관련된 신앙의 분포권은 연평도를 중심으로 한 인천광역시와 경기도권, 그 아래으로는 충청도 일대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지역에선 임경업 관련 사당이 있기도 하고, 임경업 장군을 마을의 수호신 또는 바다의 신으로 모시는가 하면, 해마다 임경업을 위한 굿이 행해지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마을의 …

‘엄정한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공원내 환경저해시설 정비현황

  국립공원은 수려한 자연생태계 및 자연 및 문화경관을 보호·보존하면서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서 국민들이 영속적으로 그 혜택을 향유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지정하여 관리하는 지역이며, 우리나라는 1967년 국립공원제도가 도입된 이래 모두 20개소의 국립공원이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엄정한 보전을 추구하는 국립공원의 이념과는 달리 해상을 제외하고 국립공원내 39%에 달하는 사유지 문제는 토지소유주 등 공원내 거주민들로부터 토지이용과 건축물의 제한에 대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등 불만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국립공원 주요입구와 계곡변 등에 공원지정 이전부터 설치된 각종 영업시설, 주택, 축사 등이 노후·불량상태로 난립·산재되어 있어 …

자연과의 공존을 꿈꾸는 변산반도국립공원

  국립공원의 시설물은 일반 도심에서 볼 수 있는 시설물과 다르다. 외형은 도심의 그것과 유사할 수 있으나 설치하게 된 동기 또는 접근 자체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연과 시설물이라는 부조화의 개체들이 모여 본래 하나의 모습이었던 것처럼 일체화되도록 융화시켜 자연에 순응하며 공존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국립공원의 시설물은 건축의 3대 요소인 「구조」, 「기능」, 「미」에 「환경」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추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당신의 주택이 그것의 장소로부터 쉽게 확장될 수 있고, 그곳에 자연이 근사하다면, 그곳의 환경과 호흡을 같이 하도록 하게 하라. 만약 …

자연과 함께하는 국립공원 자원봉사활동

    지난 2007년 12월 7일 태안앞바다에서 일어난 ‘삼성-허베이 스피리트 원유 유출 사고’때 보여준 우리 국민들의 단합된 모습을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원봉사에 참여한 인원이 100일만에 100만명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기름제거 뿐만 아니라 식사제공, 방제물품지원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자원봉사활동이 이어졌다. 하나하나의 작은 손길이 모여서 이뤄낸 기적 같은 일이 아니었나 싶다. 자원봉사(自願奉仕)의 한자를 풀이해 보면 ‘스스로 원하여 돕는 일’이라고 되어 있듯이 일반적으로 자원봉사는 무보수성과 자발성을 배경으로 실행되고 있으며, 특히 요즘은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과 기업에서까지 졸업과 취업을 위한 …

문루(門樓)에서 피어난 명인(名人)들의 시문(詩文)-2

부안읍성 남문루의 이름은 취원루(聚遠樓)다. 이 취원루에 대하여 <신증동국여지승람> 부안현의 누정(樓亭) 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취원루(聚遠樓) :곧 성의 남쪽 문루인데 서쪽으로 변산을 대하고 북쪽으로 큰 바다를 바라보며 동쪽과 남쪽은 큰 들을 임하였다. <聚遠樓 : 卽城南門樓 西對邊山 北望大海 東南臨大野> 하고 이행(李行)과 허종(許琮) 두 사람의 남문루에 올라 지은 시를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1887년에 부안의 유림들에 의하여 간행된 군지 <부안지(扶安志)>의 누정 조에는 남문루를 후선루(侯仙樓)라고 기록하고 일명 취원루 라고도 한다 하였으며 1932년에 역시 유림들이 간행한 군지 <부풍승람(扶風勝覽)>의 누정 조에도 <부안지(扶安志)>와 같은 내용으로 적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