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부안이 낳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여류 시인 이매창의 시세계 부안읍의 진산인 성황산에 있는 서림 공원 입구에 조선 중기의 여류 시인 매창(梅窓)의 시비가 있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매창 시비에 적힌 시조> 이화우(梨花雨)에서 추풍낙엽으로 이어지는 시간적 이별이 일순간 천리 공간을 뛰어넘어 그리운 임에게로 향하고 있다. 매창이 유희경과 이별하고 지은 이 시조는 <가곡원류>에 실려 전하는데 이별가로서 이보다 더한 절창(絶唱)이 또 없을 듯하다.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시대 대표적인 여류 시인으로 평가받는 …

깊어가는 가을, 불타는 ‘붉나무’

    소금 열리는 나무 ‘붉나무’ 만산이 홍엽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어디 단풍나무만 가을 산을 붉게 물들이던가. 단풍나무 못지않게 붉고 곱게 온 산을 물들이는 ‘붉나무’도 있다. 그래서 나무 이름도 ‘붉나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어느 지방에선가는 불타듯 붉어 ‘불나무’라 부른다고도 한다. 붉나무(Rhus chinensis)는 옻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소교목으로 약 7~8미터 정도 자란다.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개옻나무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똑같이 생겼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붉나무는 잎줄기에 날개가 있고 잎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나 개옻나무는 날개와 톱니가 없다. 그리고 붉나무 꽃은 황백색이지만 개옻나무는 황록색이다. 소금 열리는 …

깊어가는 가을, ‘꽃향유’의 향연

  변산에서 찾은 ‘꽃향유’ 그동안 나름대로 변산을 누비며 들꽃들을 사진기에 담아왔지만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꽃들이 있다. 변산에는 아예 자생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내 눈에 띄지 않는 것인지…, 변산에서 내가 찾지 못한 꽃들을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기억나는 대로 몇을 꼽자면 얼레지, 꽃향유, 마삭꽃, 처녀치마, 노랑물봉선 등이다. 그런데 꽃향유를 엊그제 찾았다. 꽃향유는 서울근교에서는 흔하게 봐온 꽃이다. 문헌에 전국 전역 뿐 아니라 만주에까지 자생한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변산 어딘가에도 분명히 있을 텐데.., 그동안 다 뒤지고 다녀도 좀처럼 눈에 띄질 않았던 …

한국 초상화의 마지막 거장 채용신이 그린 “간재 전우” 초상

    간재(艮齋) 전우(田遇, 1841~1922)는 어려서부터 학문이 뛰어났으며 스승 임헌회를 따르며 학문을 연마하고 후학을 가르쳤다. 그러나 여러 벼슬을 제수 받고도 관직에는 나아가지 않 았다. 그의 명성이 널리 알려지자 수구파 학자의 우두머리로 지목되어 개화파로부터 전우를 죽여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였다.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전통적인 도학의 중흥만이 국 권회복의 참된 길이라고 여기고 부안, 군산 등지의 작은 섬에서 학문을 폈으며, 72세부터 82 세에 죽을 때까지 계화도에 정착하여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었다. 그는 전통적인 유학사상을 그대로 실현시키려 한 점에서 조선 최후의 정통유학자로 추앙 받고 있다. 석지(石芝) 채용신(蔡龍臣)은 …

未聞金堤西津, 聞於扶安東津

    지금의 동진대교가 있기 전에는 그 자리에 나루가 있어 배로 강을 건너야만 했다. 이곳은 부안군내에서도 대표적 나루로, 이 나룻터에는 뱃사공이 나룻배와 더불어 연중 대기하고 있다가 길손들을 건네주는 일을 해왔다. 그들은 세습하여 뱃사공 노릇을 하였는데 정기적, 항시적으로 이용하는 주민들이 거두어 주는 뱃새경과 외지인들에게서 받는 선임(船賃)으로 생활을 유지했다. 뱃새경은 이용하는 횟수에 관계없이 근처 주민들은 한 가구당 1년에 보리 1말, 또는 5되씩 2회에 걸쳐 부담해야 했다. 이렇듯 동진나루의 수입이 꽤 좋다보니 그 관할권을 놓고 부안의 원님과 김제의 원님 간에 송사가 벌어졌다. 동진강이 …

항일독립투사 아나키스트 백정기 의사

  나의 구국일념은 첫째 강도 일제(日帝)로부터 주권과 독립을 쟁취함이요. 둘째는 전세계 독재자를 타도하여 자유평화 위에 세계 일가(一家)의 인류공존을 이룩함이니 공생공사(共生共死)의 맹우(盟友) 여러분 대륙(大陸)침략의 왜적 거두의 몰살은 나에게 맡겨주시오 겨레에 바치는 마지막 소원을 중국 상해에서 백정기 의사가 1933년 3월 17일 의거한 날 침략거두 아리요시(有吉) 일파 도륙을 모의하며 동지들에게 남긴 말이다.     6월5일, 정읍시 영원면 은선리에서는 항일 독립투사인 구파(鷗波) 백정기(白貞基.1896-1934 ) 의사 의열사 준공식 및 영정 봉안, 동상 제막식이 거행되었다. 이날 행사는 백씨 종친회와 유족대표, 영원면 주민들, 정읍시민 들, 광복회원, 보훈처 …

시궁창에 피는 ‘녹색희망’-고마리

  찬 기운이 들자 며느리밑씻개, 여뀌, 메밀, 고마리 등 언뜻 보아서는 그 꽃이 그 꽃 같은 여뀌 무리에 속하는 식물들이 꽃을 피우느라 아우성이다. 그도 그럴 것이다. 머지않아 동장군이 밀어닥칠 테니 결실을 서둘러야할 것이다. 그 중에서 고마리는 쌍떡잎식물 마디풀목 마디풀과의 덩굴성 한해살이풀로 연못이나 냇가, 길가의 도랑 등 물기가 있는 곳이면 장소 가리지 않고 무성하게 자란다. 잎은 어긋나고 잎자루가 있으나, 윗부분의 것에는 잎자루가 없다. 잎 모양은 가운데가 잘록하고 잎 끝은 뾰족한 게 로마군 방패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창검 같기도 하다. 잎의 …

사위사랑은 장모-‘사위질빵’ ‘할미질빵’

    ‘시집살이 개집살이‘ “성님 성님 사춘 성님/시집살이 어떻던가/아이고 얘야 말도 마라/시집살이 개집살이/앞밭에다 고추심고 /뒷밭에다 당초 심어/고추 당초 맵다 해도/시집살이 보다 더 매울소냐/나뭇잎이 푸르다 해도/시어머니 보다 더 푸르랴/호랭이가 무섭다 해도 /시아버지 보다 무서우랴/열새 베 무명치매 /눈물 젖어서 다 썩었다” 김형주의 “부안지방 구전민요-민초들의 옛 노래” 중 ‘시집살이 노래’다. 예나 지금이나 고부갈등은 심하다. 위의 시집살이 노래 말 중에 ‘시집살이 개집살이’란 말이 있듯이 이 땅의 며느리들은 사람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살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시어머니의 고약한 성정과 며느리의 설움은 노래로만 전해 내려오는 것이 …

내소사 고려동종의 용뉴

  우렁찬 종소리의 근원, 범종의 용 용은 장식 위치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범종을 메달기 위한 목적으로 종 위쪽에 만들어 놓은 장치를 종뉴라 하는데, 대부분 용의 형상을 취하고 있어 용뉴라고도 한다. 그런데 종 위에 앉아 있는 용을 특별히 포뢰(蒲牢)라고 한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용생구자설(龍生九子說)에 의하면 포뢰는 용의 또 다른 화현(化現)이다. 포뢰는 바다에 사는 경어(鯨魚 ; 고래)를 가장 무서워하여 그를 만나면 크게 비명을 지른다고 한다. 종은 그 소리가 크고 우렁차야 한다. 옛사람들은 포뢰 모양을 만들어 종 위에 앉히고 경어 모양의 당(撞)으로 …